왕하오는 태블릿 앞에 앉아 몸을 돌려 카메라를 본다. 화면에는 회색 산 스케치가 떠 있고, 뒤 벽에는 흑백에 가까운 풍경 인쇄물이 여러 장 걸렸다. 옷도 검고 벽도 회색이라, 이 방에서 색을 갖는 것은 창밖의 초록뿐이다.
그래서 두 작업의 채도가 더 세게 부딪친다. 누각과 연못, 연꽃은 형광에 가까운 청록과 자홍으로 칠해져 어두운 마당 한가운데서 혼자 빛난다. 지붕의 금빛 선과 연못의 반사가 서로 마주 보며 화면을 위아래로 나눈다. 캔버스는 비스듬히 세워져 사다리꼴로 보이고, 그 기울기가 화면 안의 원근을 한 번 더 꺾는다.
이젤과 낡은 창살은 색이 거의 빠져 있어 대비가 더 벌어진다. 그림이 벽에 걸린 사물이 아니라 광원처럼 취급된다. 곁에 놓인 작은 화폭 하나도 같은 채도로 칠해져, 이것이 우연이 아님을 알려 준다. 이젤 다리에 튄 물감 자국까지 화면 안의 분홍과 같은 색이다.
인물화에서는 그 밀도가 옷으로 옮겨 간다. 자수를 두른 옷깃과 머리 장식이 얼굴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고, 뺨을 가로지른 푸른 붓자국 하나가 그 정교함을 일부러 흩뜨린다. 귀 장식의 술은 흔들린 흔적처럼 늘어져, 정지한 인물에 움직임을 하나 남긴다. 얼굴은 정면이 아니라 어깨 너머로 돌아본 각도다.
두 화면 모두 어디를 봐도 비어 있는 곳이 없다. 색을 아끼지 않는 대신 배치를 정확히 한다. 화면이 소란스러운데도 어디를 봐야 할지는 헷갈리지 않고, 뒤편 이젤의 청록이 앞의 주황을 받아 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