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 속에서 그는 일하던 자세 그대로다. 손은 자판 위에 있고 상체는 책상 쪽으로 기울어 있는데 시선만 어깨 너머로 돌아왔다. 화면을 등지고 있어서 얼굴의 왼쪽은 창빛을, 오른쪽은 모니터의 푸른빛을 받는다. 웃지 않는다. 방해받은 사람의 표정이라기보다, 하던 판단을 잠시 멈춰 둔 사람의 표정에 가깝다.
스무 점의 화면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한쪽에는 어둠 속에서 색이 먼저 말하는 화면들이 있다. 자홍과 청보라가 겹쳐 흐르고, 분홍 천이 접히며 부풀고, 붉은 입자가 제목 뒤로 흩어진다. 이 화면들에서 글자는 색 위에 얹힌 작은 표식이고, 읽히기 전에 보인다.
다른 한쪽은 반대다. 흰 바탕이 넓게 열리고 사진 한 장과 입력 칸 몇 개가 조용히 자리를 나눈다. 청록색 선으로 뜬 파도, 항아리와 소파, 호수와 흰 꽃. 여기서는 색이 뒤로 물러나고 여백과 줄간격이 화면을 지탱한다. 앞의 화면들이 방의 조명을 흉내 냈다면 이 화면들은 벽에 걸린 액자를 흉내 낸다.
두 갈래를 하나로 묶는 것은 촬영 방식이다. 스무 점 중 어느 것도 화면을 정면으로 평평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늘 비스듬히 열려 있고, 책상 위에 놓여 있고, 옆에는 컵이나 화분이나 램프가 있다. 화면빛은 반드시 상판으로 번져 나온다. 웹 디자인을 이미지가 아니라 방 안의 물건으로 다루겠다는 태도가 여기서 가장 분명하다.
그래서 이 작업이 남기는 것은 레이아웃의 기억이 아니라 온도의 기억이다. 어떤 화면은 방을 데우고 어떤 화면은 식힌다. 화면을 만드는 일이 결국 그 화면이 놓일 자리의 공기를 정하는 일이라는 것을, 스무 개의 책상이 조용히 반복해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