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 창가에서 찍힌 그는 상체를 앞으로 기울인 채다. 머리는 눌린 자국이 남아 있고 회색 티셔츠는 헐렁하다. 뒤편 선반과 널린 재료는 초점을 벗어나 뭉개졌지만, 그가 팔을 얹은 작업대의 모서리만은 화면 아래를 가로지른다. 눈은 카메라를 향하되 힘이 들어가 있지 않다. 오래 앉아 있던 사람이 잠깐 고개를 든 자세에 가깝다.
첫 화면은 잎으로 가득하다. 넓적한 바나나잎과 갈라진 야자잎, 붉게 물든 관엽이 겹치고 겹쳐 배경이라 부를 만한 여백을 남기지 않는다. 색은 대부분 짙은 초록이고, 그 사이사이에 주홍과 자주가 점처럼 박혔다. 화면을 한참 훑고 나서야 오른쪽 아래에서 새 한 마리가 나타난다. 갈색 줄무늬 등에 흰 배, 가느다란 가지를 딛고 옆을 본다. 새는 크지 않다. 그런데 주변의 모든 잎이 그쪽으로 기울어 있어서, 한번 보이고 나면 다시 안 볼 수 없다.
두 번째 화면은 같은 밀도를 실내로 옮긴다. 제단처럼 짜인 목조 틀 안에 세 인물이 나란히 앉았다. 관을 쓰고 장신구를 두른 모습인데 표정은 굳어 있지 않고 어딘가 장난스럽다. 테라코타빛 붉은 기와 청록이 화면 전체에 번갈아 깔리고, 위쪽은 이파리와 항아리 장식으로 빽빽하다. 앞줄에 놓인 그릇들이 시선을 아래에서 받쳐 준다. 좌우가 거의 대칭인데도 갑갑하지 않은 것은 세 얼굴의 방향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두 그림 모두 처음에는 무늬로 보이고 나중에 이야기로 읽힌다. 그는 주인공을 앞에 세우는 대신 배경 뒤에 숨겨 놓는다. 찾아낸 사람만 그 화면의 주인이 되는 구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