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옷에는 페인트가 묻어 있다. 얼룩은 씻은 흔적 없이 그대로 굳었고, 얼굴에는 작업장에서 들어온 빛이 옆에서 걸린다. 뒤쪽은 어둡고 왼쪽 창만 밝다. 시선은 정면으로 오지만 표정에 힘이 없다. 이 인물 사진에서 정보를 주는 것은 표정이 아니라 옷이다. 벽 앞에서 오래 서 있던 사람의 옷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첫 번째 화면은 낡은 목재 벽에 붙은 간판 형태의 부조다. 글자가 평면에 인쇄된 것이 아니라 두툼하게 솟아 있고, 그 위에 칠한 주황과 노랑이 아래층의 청록을 군데군데 드러낸다. 테두리는 자주와 분홍이 겹쳐 벗겨졌다. 좌우에 항아리와 병 모양의 덩어리가 세로로 늘어서서 화면을 액자처럼 가둔다. 무엇을 알리는 간판인지는 읽히지 않는다. 읽히지 않는 편이 이 화면에는 맞다. 남는 것은 문장이 아니라 겹쳐 칠한 횟수다.
두 번째 패널은 같은 방식으로 자연을 다룬다. 나무 액자 안이 꽃과 잎으로 빈틈없이 채워지고, 오른쪽 위에서 새 한 마리가 부리를 아래로 향한다. 꽃잎 하나하나가 두께를 가지고 앞으로 나와 있어서 그림자가 화면 안에 생긴다. 색은 화려하지만 바탕이 어두워 뜨지 않는다. 중앙 아래를 가로지르는 금빛 글자 띠가 무게중심을 잡고, 그 위아래로 색들이 좌우 대칭에 가깝게 배분된다.
두 점 모두 표면이 여러 겹이다. 아래층을 지우지 않고 위층을 얹었기 때문에, 벗겨진 자리마다 이전의 색이 나온다. 벽화가 완성되는 시점을 그는 붓을 놓는 순간으로 잡지 않는 것 같다. 벗겨지기 시작해야 화면이 제 모습을 갖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