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창을 등지고 앉았다. 머리는 뒤로 묶었지만 몇 가닥이 흘러내렸고, 회색 리넨 상의는 구김이 그대로다. 뒤편 선반에는 그릇 몇 점이 놓여 있고 창밖의 초록이 흐릿하게 번진다. 정면을 보고 있으나 웃지 않는다. 배경의 살림살이가 인물을 둘러싸는 대신 조용히 뒤로 물러나 있는 이 균형이, 그의 화면 구성과 닮아 있다.
첫 번째 장면은 올리브빛 바닥 위에 물건을 늘어놓은 평면 배치다. 왼쪽에 인쇄물 한 장이 세로로 길게 놓이고, 오른쪽에 병과 항아리와 상자와 파우치가 크기 순서를 흐트러뜨리며 배열된다. 색은 갈색 계열 안에서만 움직인다. 짙은 나무빛부터 황토, 밝은 카라멜까지가 전부다. 화면을 살리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그림자다. 왼쪽 위에서 들어온 빛이 각 물건 오른쪽에 길고 부드러운 그림자를 만들고, 그 그림자들이 서로 겹치지 않게 간격이 조정되어 있다.
두 번째 장면은 배치 대신 축소를 택한다. 기와지붕을 얹은 작은 찻집 건물이 책 위에 올라앉았다. 벽은 짙은 초록이고 처마 아래 문양은 손톱만 한 크기로 새겨졌다. 그 앞면에 원통형 캔 하나가 라벨을 보이며 세워졌는데, 건물이 캔을 위한 진열대인지 캔이 건물의 일부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왼쪽의 꽃가지와 오른쪽의 흐린 덩어리가 화면 양끝을 눌러 주고, 배경은 거의 검다. 빛은 정면 낮은 곳에서 들어와 지붕의 결만 골라 밝힌다.
두 화면 모두 로고를 크게 쓰지 않는다. 대신 물건이 놓일 만한 공간을 먼저 만들고 거기에 사물을 들여놓는다. 무엇을 파는지보다 그것이 어떤 자리에 어울리는지를 정하는 순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