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을 옆에 두고 앉았다. 라일리 브룩스의 뒤로는 벽에 걸린 그림들과 붓통, 화분이 어수선하게 이어지고, 정작 인물은 작업복 차림으로 가만히 카메라를 본다. 정돈되지 않은 배경을 굳이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둔 사진이다. 배경을 정리하지 않은 만큼 인물도 자세를 만들지 않았다.
한 점은 액자 안에 또 하나의 액자가 들어앉은 구조다. 찢어 낸 색종이, 인쇄된 카드, 작은 사진, 눈 하나가 겹겹이 붙었고, 위쪽 주황 글자만 두께를 가진 채 앞으로 튀어나온다. 조각들 사이로 아래층의 색이 조금씩 비쳐, 어느 것이 먼저 붙었는지 짐작하게 만든다. 평면이라기보다 얕은 부조다.
다른 하나는 반대로 한 덩어리로 터진다. 누렇게 바랜 종이 한가운데서 붉고 푸른 잉크가 부채꼴로 퍼지고, 왼쪽 위의 파란 사각과 오른쪽 위의 붉은 사각이 그 확산을 눌러 앉힌다. 흩어지려는 것과 붙잡으려는 것이 한 화면 안에 같이 있다.
두 점 모두 글자는 읽히지 않는다. 줄의 길이와 굵기, 정렬만 남아 있다. 뜻이 빠진 자리에서 활자는 회색 띠가 되고, 그 띠는 색면들 사이의 간격을 재는 자로 쓰인다. 읽는 대신 재게 만드는 활자다.
인쇄물의 시간이 함께 보인다는 점도 그렇다. 종이는 이미 변색했고 프레임은 긁혀 있다. 브룩스가 다루는 것은 갓 찍어 낸 상태가 아니라 인쇄물이 겪은 시간이고, 두 점 모두 그 시간을 화면 안에 붙들어 둔다. 액자의 모서리는 뒤편 벽의 얼룩과 같은 색으로 낡아, 작품과 벽의 경계마저 흐릿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