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 속 그는 스튜디오 의자에 걸터앉아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있다. 왼쪽 창에서 들어온 빛이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고, 뒤편의 커다란 화면은 초점이 나간 채 색만 흘린다. 검은 티셔츠와 어두운 실내, 그리고 화면의 색. 인물과 배경의 밝기 차이를 이용하는 방식이 작품에서 그대로 되풀이된다.
스무 개의 방에는 예외 없이 사람이 들어 있다. 방석에 앉아 천장을 올려다보거나, 둥근 의자에 앉아 벽을 마주하거나, 홀로 서서 빛의 커튼을 바라본다. 이 실루엣들이 없으면 어느 사진도 크기를 알 수 없다. 관객을 화면 안에 남겨 둔 선택이 이 작업의 첫 번째 규칙이다.
두 번째 규칙은 바닥이다. 벽에 투사된 빛은 늘 바닥으로 흘러내려 다시 한번 무늬를 만든다. 색점으로 덮인 방에서는 작은 사각형들이 바닥에 흩뿌려지고, 아치가 놓인 방에서는 분홍과 파랑의 결이 사람들의 발치까지 이어진다. 벽만 화면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방 전체를 하나의 표면으로 다룬다.
밝기의 폭이 넓다는 점도 눈에 띈다. 암벽과 검은 천장의 방은 별 몇 점만 남기고 거의 다 어둡고, 흰 언덕의 방은 색이 전부 빠져나간 채 명암만 남는다. 그 사이에 구름의 푸른색과 색점의 원색이 놓인다. 스무 개를 이어 보면 어두운 방에서 밝은 방으로 걸어 나오는 동선이 그려진다.
남는 감각은 규모가 아니라 위치다. 이 방들은 무엇을 보여 주는가보다 보는 사람을 어디에 세울 것인가를 먼저 정한다. 마지막 흰 방에서 한 사람이 언덕 한가운데 서 있는 장면이 그 사실을 가장 짧게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