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 속 그는 작업대 앞에 앉아 팔을 상판에 얹고 있다. 손 옆으로 조립 중인 황동 고리와 가는 철사 구조가 서 있고, 뒤편 창으로 들어온 빛이 금속의 곡면마다 짧은 하이라이트를 남긴다. 짙은 남색 스웨터와 희끗한 수염, 정면을 향한 시선. 완성된 작품 옆이 아니라 만드는 중인 부품 옆에 앉은 사진이라는 점이 이 작가를 요약한다.
스무 점 모두 사진이므로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없다. 그런데도 회전의 방향은 매번 분명하다. 원형 틀에서 뻗은 살 끝의 날개들이 전부 같은 쪽으로 꺾여 있고, 중심의 톱니가 맞물린 자리가 축을 지목한다. 형태를 보고 운동을 읽게 만드는 방식이 이 작업의 기본기다.
표면 처리도 같은 목적에 동원된다. 거울처럼 닦인 크롬 띠는 전시장의 조명과 옆 벽에 걸린 그림의 주황색까지 끌어와 표면 위에 흘려보낸다. 붉은 날의 결은 길게 늘어져 있어, 정지한 사진 안에 잔상 하나를 미리 새겨 둔 것처럼 보인다. 움직임을 재현하지 않고 움직임의 자국만 남긴다.
대비되는 축도 있다. 검은 기둥에 매달린 모빌은 색을 셋으로 줄이고 흰 벽 앞에 홀로 서서, 무게와 팔 길이의 관계만 남긴다. 유리 상자 속의 황동 기계는 반대로 부품을 하나도 감추지 않는다. 요란한 쪽과 조용한 쪽을 오가지만 어느 경우든 구조가 결론이다.
남는 것은 소리 없는 예감이다. 바퀴 두 개가 어긋나게 겹치고 사슬이 물린 마지막 장면 앞에서, 보는 사람은 자연히 다음 반 바퀴를 상상하게 된다. 키네틱이라는 말이 실제 회전보다 그 상상을 가리킨다는 것을, 이 스무 점은 한 번도 움직이지 않고 증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