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이고, 표정이 거의 없다. 검은 셔츠와 길게 늘어뜨린 머리, 오른쪽에는 밝은 작업 화면을 띄운 모니터가 서 있다. 뒤편 사무실은 초점 밖에서 붉고 푸른 점으로 흩어진다. 쓰치 왕의 초상은 배경의 온갖 색을 뒤에 두고 자신은 무채색으로 남는 구성이다. 그의 화면이 일하는 방식도 정확히 그렇다. 뼈대는 색을 갖지 않는다.
그가 만드는 상품 상세 페이지의 구조는 스무 점 내내 거의 같다. 왼쪽에 큰 이미지, 그 옆으로 정보 카드가 격자를 이루며 아래로 내려간다. 카드의 크기와 간격도 바뀌지 않는다. 이커머스 화면이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약속을 그는 흔들지 않는다. 대신 그 위에 덮이는 색을 한 장마다 통째로 갈아입힌다.
어떤 화면은 복숭아빛으로만 칠해져 있고, 어떤 화면은 자홍에서 청색으로 넘어가는 노을을 하늘처럼 얹는다. 주황이 지배하는 저녁이 있고, 거의 아무 색도 남지 않은 밤이 있다. 같은 격자가 이렇게 다른 인상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이 이 연작의 발견이다. 정보를 바꾸지 않아도 온도는 바뀐다.
화면 밖의 방도 이 흐름을 따라간다. 노트북은 언제나 책상 위에 놓이고 배경은 초점이 나가 흐릿하다. 화분, 스탠드, 유리병 같은 것들이 색 덩어리로 풀리면서 화면의 색조와 같은 계열로 섞인다. 방이 화면을 흉내 내는 것인지 그 반대인지 굳이 구분하지 않는 편이 낫다. 둘은 이미 같은 광원 아래 있다.
상품 페이지는 매일 열리는 화면이다. 이 연작은 그 반복 안에서 지루해지지 않는 방법이 구조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빛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한다. 격자는 그대로 두고 시간만 옮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