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트에서 유일하게 표정이 조금 풀린 초상이다. 회색 후드, 마우스 위에 얹은 손, 뒤로는 상품 목록을 띄운 모니터가 여러 대 늘어서 있다. 창에서 든 낮 빛이 화면들의 흰 배경과 섞여 방 전체를 밝게 만든다. 물건을 파는 화면을 다루는 사람의 자리답게 사무적이고 환하다. 그런데 하오란 천이 만든 페이지는 그 밝음과 정반대다.
그의 화면은 숯빛 바탕 위에 놓인다. 그리고 화면만 놓이지 않는다. 도자기 항아리, 마른 가지, 유리병, 작은 조각상이 늘 함께 있다. 화면은 이 정물들 사이에 세워지거나 눕혀져서 하나의 오브제로 취급된다. 제품 페이지를 스크린샷이 아니라 진열의 문제로 본 셈이다. 그래서 이 연작을 보는 일은 사이트를 훑는 것보다 상을 들여다보는 것에 가깝다.
색은 좁고 따뜻하다. 숯빛, 구리, 베이지, 산호. 채도가 높은 색은 대개 사진 속 꽃이나 광물에서만 나오고, 인터페이스 자체는 그 색을 옅게 받아 적는다. 버튼 하나가 살구색이면 그 옆 병의 라벨도 같은 살구색이다. 화면과 사물이 팔레트를 나눠 쓰기 때문에 둘 사이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흐려진다.
배치에는 규칙이 있다. 중앙에 큰 것 하나, 좌우에 작은 것 둘, 그리고 위나 옆에서 들어오는 가지 하나. 대칭에 가깝지만 완전히 맞지는 않는다. 이 어긋남이 화면을 사진처럼 보이게 만든다. 정면으로 놓인 것보다 조금 비스듬한 것이 더 오래 붙잡는다는 것을 아는 배치다.
제품 페이지는 물건을 설명하는 자리다. 이 연작은 설명 대신 물건 옆에 화면을 나란히 세운다. 그러면 화면도 만져야 할 것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