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 실내, 그는 긴 머리를 풀어 내리고 정면을 본다. 회색 티셔츠는 목이 늘어났고 어깨선이 흐트러졌다. 왼쪽 창은 밝고 오른쪽 배경은 어둡다. 그 어둠 속에 작업대와 자재가 형태만 남긴 채 놓여 있다. 스물다섯의 얼굴에 과장이 없다. 작업 중간에 잠시 카메라를 본 사람의 표정이다.
첫 화면은 그 작업대를 그대로 보여준다. 나무 책상 위에 큰 스케치북이 펼쳐졌고, 두 면 모두 채색된 장면들로 채워져 있다. 각 칸에는 붉고 초록인 형상이 놓이고 그 아래로 글자 줄이 지나간다. 책상 너머 벽은 액자로 빈틈없이 덮였다. 크고 작은 액자 속 그림들이 서로 다른 색조로 겹쳐 걸려 있어, 벽 전체가 하나의 색면처럼 읽힌다. 왼쪽 화병의 주황 꽃이 그 색면을 앞으로 끌어당기고, 창밖의 초록이 뒤에서 화면을 눌러 준다.
두 번째 화면은 그 그림들을 세워 놓는다. 나무 패널 세 폭이 병풍처럼 서고, 각 칸마다 캐릭터 습작이 붙었다. 같은 인물이 여러 번 나온다. 얼굴이 커졌다 작아지고, 팔의 각도가 바뀌고, 옷 색이 달라진다. 가운데 칸에서는 파란 옷의 인물이 두 팔을 벌린 자세로 크게 그려졌다. 패널 앞 책상에는 작은 입체 인형 몇 개가 실제로 서 있다. 종이 위의 인물이 책상으로 걸어 나온 배치다.
두 장면 모두 최종본을 보여주지 않는다. 완성될 한 장면 대신 그 한 장면에 도달하기 위한 시도들이 화면을 채운다. 움직임을 다루는 작업에서 가장 정직한 전시 방식이 이것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