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그가 작업장에 앉아 있다. 시선은 카메라를 살짝 비껴 위쪽으로 향한다. 오른쪽 창에서 들어온 빛이 얼굴 절반을 밝히고 나머지는 그늘에 둔다. 낡은 작업복은 색이 다 빠져 회갈색이 되었고, 뒤편 선반의 물건들도 같은 색조 안에 있다. 이 사진에는 강한 색이 하나도 없다. 그의 작업도 마찬가지다.
첫 번째 패널은 티크 한 장을 파낸 것이다. 중앙에 작은 꽃 한 송이가 있다. 꽃잎은 열 장 남짓, 크기가 손바닥만 하다. 그 주위로 잎맥이 소용돌이치며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데, 어떤 갈래는 깊이 파여 그림자를 만들고 어떤 갈래는 얕게 남아 빛을 받는다. 색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다. 화면에 보이는 밝고 어두움은 전부 파낸 깊이에서 나왔다. 가장자리에서는 잎이 프레임을 넘어가려다 잘렸고, 그 잘린 자국이 화면을 더 넓어 보이게 한다.
두 번째 작품은 부조를 떠나 물건이 된다. 세 다리 스툴 하나가 나무 액자 안에 놓였다. 다리는 통나무를 거의 그대로 쓴 듯 굵고,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발판이 두 다리를 묶는다. 상판은 원에 가깝지만 완전한 원은 아니다. 가장자리가 손대로 다듬어진 흔적이 남아 있다. 배경은 회색 벽이고 바닥에는 그림자가 길게 눕는다. 액자가 사물을 그림처럼 담아 놓아서, 앉는 물건이 잠시 볼 것으로 바뀐다.
한쪽은 나무를 파서 형태를 꺼내고 다른 쪽은 나무를 남겨 형태를 세운다. 방향은 반대인데 결론은 같다. 색을 빼고 나면 남는 것은 깊이와 무게뿐이고, 이 두 점은 그것만으로 화면을 지탱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