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 속 그는 턱을 괸 채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옆에 놓인 노트북 화면에서는 소용돌이 하나가 돌고 있고, 창가의 화분과 흰 벽이 그 뒤를 채운다. 검은 니트 차림에 시선은 카메라를 향하는데, 손의 위치 때문에 몸 전체가 잠시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인다. 움직임을 다루는 사람의 초상이 정지의 자세로 찍혔다.
스무 점의 작업은 대부분 가로로 아주 긴 화면이다. 벽 하나를 거의 다 차지하는 띠 모양의 화면 안에서 변화는 언제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진행된다. 평평하던 선이 부풀어 물결이 되고 끝에서 흰 물보라로 부서지는 화면이 이 문법을 가장 간단하게 보여 준다.
같은 방식이 대상만 바꿔 되풀이된다. 반투명한 흰 형태는 손가락만 한 크기에서 시작해 오른쪽 끝에서 사람 키만큼 부풀고, 커지는 동안 주름의 수도 함께 늘어난다. 달리는 사람들의 실루엣은 배경의 색 블록이 파랑에서 분홍으로 넘어가는 사이에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간다. 시간을 축으로 눕혀 놓은 셈이다.
그래서 관객의 걸음이 재생 속도가 된다. 화면이 길수록 다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이 늘고, 비스듬히 걸린 화면 앞에서는 오른쪽으로 갈수록 멀어져 뒷부분이 작아진다. 어디에 서서 얼마나 걷느냐에 따라 같은 작품의 리듬이 달라진다.
예외적으로 격자를 쓴 첫 작품이 이 모든 것의 설명서 역할을 한다. 서른 개가 넘는 칸에 한 동작을 나눠 담고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읽게 한 화면. 움직임을 멈춰 세워 낱장으로 나누고 다시 벽에 걸어 놓는 일, 그 단순한 동작 하나로 스무 점이 전부 지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