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 속 그는 책상 앞에서 어깨 너머로 몸을 돌렸다. 뒤편 큰 화면의 색이 초점 밖으로 번져 어깨 위까지 물들이고, 왼쪽 창에서 든 빛이 얼굴을 반쯤 밝힌다. 검은 옷, 느슨하게 올려 묶은 머리, 카메라를 마주 보는 눈. 화면의 빛이 사람에게 옮겨 붙는 이 장면이 작품의 원리를 미리 보여 준다.
스무 개의 방은 대부분 물의 어떤 상태를 다룬다. 천장에 걸린 둥근 화면 속에서 구름이 소용돌이치고, 벽 한 면에서 흰 빛줄기가 쏟아지고, 바닥에는 동심원의 파문이 새겨진다. 발치에 낮게 깔린 안개까지 포함하면 물이 취할 수 있는 형태가 거의 다 나온다.
바닥의 역할이 특히 크다. 이 방들의 바닥은 예외 없이 매끈해서 위에 있는 것을 아래로 한 번 더 펼친다. 구름의 원은 바닥에서 두 배가 되고, 쏟아지는 빛은 바닥에서 물기처럼 번진다. 공간의 높이가 실제보다 배로 늘어나는 이 장치를 스무 번 되풀이한다.
실내와 실외의 구분도 흐릿하게 유지된다. 기둥 사이의 화면에는 먼 산과 수면이 이어지고, 파문이 새겨진 바닥에는 검은 그릇이 놓여 정원의 형식을 흉내 낸다. 앉을 자리로 놓인 둥근 돌 몇 개만이 여기가 실내라는 사실을 겨우 붙들고 있다.
색은 대체로 차갑다. 청회색과 남색이 열몇 개의 방을 지배하다가, 꽃 핀 나무가 선 보라색 방에서 처음 데워지고, 마지막 곡면 벽에서 주황과 파랑이 나란히 돈다. 같은 움직임을 온도만 바꿔 두 번 보여 주는 그 마지막 방이, 이 작업이 결국 무엇을 조율해 왔는지 알려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