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 황은 목덜미에 손을 얹은 채 카메라를 본다. 검은 상의, 길게 내린 머리, 뒤편 모니터에는 어두운 작업 화면과 그래프가 켜져 있다. 창에서 든 빛이 얼굴 왼쪽만 밝히고 나머지는 화면의 푸른 기운에 맡긴다. 완성된 결과보다 만드는 과정 쪽에 가까운 자리다. 그가 보여주는 것도 완성된 페이지가 아니다.
그의 화면에는 사이트가 없다. 대신 사이트를 이루는 조각이 전부 있다. 카드, 버튼, 목록 행, 입력창, 배지, 썸네일. 이것들이 한 판 위에 표본처럼 정렬된다. 어떤 화면에서는 수십 장의 흰 카드가 격자로 늘어서고, 어떤 화면에서는 검은 판 위에 같은 부품이 다시 나타난다. 하나의 체계를 밝은 벌과 어두운 벌로 두 번 만들어 나란히 두는 방식이다.
이 배열에서 흰 카드는 기본 단위 역할을 한다. 크기와 모서리와 그림자가 모두 같아서 판 전체가 균일한 표면처럼 읽힌다. 그 위에서 색이 하는 일은 분류가 아니라 상태 표시다. 주황은 지금 눌러야 할 것, 보라는 지금 선택된 것. 두 색 외에는 거의 쓰지 않기 때문에 판이 아무리 넓어도 규칙은 한눈에 잡힌다.
간간이 색이 폭발하는 자리가 있다. 무지개빛 리본, 진주색 구체, 격자로 짜인 색 견본. 이것들은 부품이 아니라 그 부품이 쓸 수 있는 재료를 보여주는 표본에 가깝다. 정돈된 카드 사이에 놓인 이 유기적인 조각들이 판에 숨을 틔운다.
마지막에는 책상 전체가 등장한다. 모니터와 노트북과 태블릿과 휴대폰이 한 화면에 모여 같은 체계의 서로 다른 조각을 띄운다. 시스템이 결국 어디까지 가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이 설명이 아니라 진열이라는 점. 그것이 이 연작의 태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