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아오는 작업실 의자에 앉아 카메라를 마주한다. 검은 셔츠에 머리가 헝클어져 있고 자세에는 준비된 기색이 없다. 왼쪽에는 모니터와 음향 장비가 겹겹이 놓였고 뒤 벽에는 큰 검은 판이 서 있다. 어두운 방과 기계, 그리고 그 앞에 앉은 사람. 스무 점의 설치가 관람자에게 내주는 자리도 거의 같은 모양이다.
작업은 모두 방 전체를 화면으로 쓴다. 벽은 모서리 없이 휘어 이어지고 바닥은 젖은 것처럼 마감되어 위의 이미지를 통째로 받아 낸다. 그래서 서 있는 사람은 위아래로 둘러싸인다. 구름이 벽을 덮으면 바닥에도 구름이 깔리고, 청록 물빛이 일렁이면 발밑도 함께 일렁인다. 방의 크기를 알려 주는 것은 벽이 아니라 그 안에 놓인 사람의 실루엣이다.
비어 보이는 공간에는 늘 낮은 덩어리가 몇 개 놓인다. 원반 위의 반구, 천장에서 내려온 흰 판과 그 아래 그릇, 둥근 좌석, 조약돌 모양 벤치. 높이가 무릎이나 허리에서 멈추기 때문에 시야를 가리지 않으면서 걷는 길을 정한다. 몇 점에서는 이 덩어리에 아래쪽 띠 조명이 들어와, 차가운 벽과 따뜻한 발밑이 갈린다.
색은 대체로 청록과 은백, 연보라로 묶인다. 검은 방을 바탕에 두고 밝은 것만 남기는 방식이라 꽃이 등장하는 한 점에서는 보라와 분홍이 공중에 뜬 것처럼 보인다. 흑백 산수 앞에 흰 알 모양 구조물을 세운 한 점만 예외적으로 안쪽을 따뜻하게 밝혀 들어오라는 신호를 준다.
남는 것은 몸의 위치다. 이 작업들은 정면에서 볼 대상을 주지 않고 대신 어디에 설지, 어디에 앉을지를 묻는다. 앉아서 등을 보인 관람자가 자주 화면에 잡히는 것도 그래서다. 볼거리는 벽에 있는데 작품은 방 한가운데 서 있는 사람 쪽에서 완성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