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린은 노트북 앞에 앉아 상체만 돌린 채 카메라를 본다. 검은 니트에 머리를 낮게 묶었고 표정은 담담하다. 오른쪽에는 손잡이가 달린 검은 기계가 가까이 서 있고 뒤편 작업대에는 케이블과 장비가 어수선하게 얽혀 있다. 화면 하나로 끝나지 않는 작업이라는 사실이 배경에서 먼저 드러난다.
스무 점의 구성은 일정하다. 벽에 큰 액자가 하나 걸리고 그 옆이나 아래에 화면이 하나 놓인다. 다만 액자 쪽은 인쇄물이 아니다. 실이 촘촘히 짜여 능선을 이루고, 종이 조각이 격자로 붙어 어떤 것은 눕고 어떤 것은 들리고, 회색 층이 겹겹이 파여 산과 물결이 된다. 손이 닿으면 걸릴 표면들이다.
그 표면이 다루는 것은 대체로 자연의 결이다. 무너지기 직전의 파도, 바람이 지나간 모래언덕, 얼어붙은 결정, 물 위의 잔물결. 형상은 매끄럽게 이어지는 대신 언제나 단위로 쪼개져 있다. 실 한 올, 종이 한 장, 층 하나. 멀리서는 풍경이고 가까이서는 반복이다.
옆에 놓인 화면은 같은 형상을 다시 빛으로 되돌린다. 크림빛 능선이 푸른빛으로 바뀌고, 정지한 결이 파형으로 곤두선다. 두 매체를 나란히 두는 방식은 색의 온도 차로도 이어진다. 붉은 반투명 블록을 층층이 쌓은 받침 위에 푸른 결정이 도는 원형 화면을 얹은 한 점이 그 대비를 가장 세게 밀어붙인다.
남는 것은 촉감의 기억이다. 화면 속 물결은 아무리 정교해도 손끝에 걸리지 않는데, 그 옆에 실제로 걸리는 표면이 있으면 눈이 자꾸 그쪽 정보를 빌려 온다. 이 작업은 생성된 이미지에 무게를 주는 가장 단순한 방법을 택한다. 짜고, 붙이고, 파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