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 안, 그의 왼쪽에는 갓등의 주황 불빛이 있고 오른쪽에는 창에서 들어온 푸른빛이 있다. 두 광원이 얼굴 양쪽에서 서로 다른 온도로 부딪친다. 올리브색 티셔츠, 헝클어진 머리, 정면을 향한 시선. 표정은 담담한데 화면은 두 색으로 갈려 있다. 상반된 두 가지를 한 화면에 놓고도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는 이 상태가 그의 작업에서 반복된다.
첫 화면은 액자가 액자를 품는 구조다. 바깥쪽에는 청록 바탕에 주황 꽃이 부조로 돋은 넓은 테두리가 있고, 그 안쪽 중앙에 밝은 종이 판이 걸린다. 종이 판 위에는 색 블록과 활자 줄과 붉은 꽃이 격자로 나뉘어 배치되고, 그 아래로는 붉은 띠가 화면을 가로지른다. 안쪽은 정연하고 바깥쪽은 거칠다. 두 밀도가 맞붙는 경계에서 화면이 팽팽해진다. 회색 벽에 걸린 채 그림자가 왼쪽으로 떨어져, 이 물건이 두께를 가진 사물임을 알려 준다.
두 번째 작업은 그 격자를 화면 전체로 확장한다. 세 줄 세 칸, 아홉 개의 캔버스가 벽에 나란히 걸린다. 각 칸에는 과일과 채소가 하나씩 도드라져 앉았다. 붉은 수박 조각, 노란 토마토, 초록 잎다발, 접시 위의 감귤. 배경색은 칸마다 다르다. 청록 옆에 주황이 오고 그 옆에 자주가 온다. 색이 겹쳐 인쇄된 듯 거칠게 어긋난 자국이 표면에 남아, 정렬된 배치와 어긋난 질감이 한 화면에서 부딪친다.
두 작업 모두 규칙을 먼저 세운 뒤 그 규칙 위에서 재료가 제멋대로 굴게 둔다. 격자가 없었다면 어긋남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