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이 섞인 짧은 머리, 얼룩진 작업 셔츠. 그는 작업장 안에서 정면을 보고 있다. 오른쪽 창에서 들어온 빛이 이마와 광대에 걸리고, 왼쪽 얼굴은 그늘에 잠긴다. 뒤편에는 재료가 쌓여 있으나 초점 밖이다. 표정에 힘이 들어가 있지 않고 어깨도 편하다. 오래 반복해 온 일을 하는 사람 특유의 정지 상태다.
첫 번째 작품은 위에서 내려다본 그릇이다. 타원에 가까운 몸통, 넓고 평평한 테두리. 표면은 매끄럽지 않다. 두드린 자국이 안쪽 면 전체에 얕게 퍼져 있고 그 위에 그을음 같은 어두운 얼룩이 번진다. 빛은 왼쪽 위에서 들어와 테두리의 한쪽 면만 밝히고, 그릇 안쪽으로 갈수록 어두워진다. 중앙에는 희미한 각인이 남았는데 형태만 읽힐 뿐 내용은 흐려졌다. 놓인 바닥도 거친 나무판이라, 금속과 나무가 같은 질감으로 만난다.
두 번째 작품은 손바닥 안에 들어갈 크기다. 검은 돌 위에 놓인 팔찌 하나. 표면 전체에 넝쿨과 꽃이 촘촘히 새겨졌고, 파인 홈마다 붉은 안료가 고여 있다. 구리빛과 황동빛이 각도에 따라 번갈아 올라온다. 카메라는 앞쪽 절반에만 초점을 맞추고 뒤쪽은 흐리게 두었다. 그래서 문양이 또렷한 구간과 뭉개진 구간이 한 원 안에 공존한다.
큰 그릇은 사용의 흔적을 표면 전체에 펼치고, 작은 팔찌는 그 흔적을 홈 안에 가둔다. 펼치든 가두든 흔적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느 쪽이든 새것처럼 보이지 않는데, 만든 사람이 그것을 목표로 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속은 원래 시간을 잘 기록하는 재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