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은 아주 가까이서 찍혔다. 어두운 배경 앞에서 얼굴이 화면을 거의 채우고, 눈매에만 초점이 맞아 있다. 작업실도 도구도 보이지 않는다. 무엇을 만드는 사람인지 이 사진만으로는 알 수 없고, 그 판단은 전적으로 작품 쪽에 넘겨져 있다.
스무 점은 전부 휴대폰 화면이지만 손에 들린 것은 하나도 없다. 첫 장면에서만 예외적으로 기기가 상판 위에 놓여 있고 화면 속 색이 진하게 켜져 있다. 그다음부터는 화면이 점점 물건에 가까워진다. 회색 바닥에 흩어져 돌과 마른 가지 사이에 섞이고, 액자에 갇혀 세 줄로 정렬되고, 투명한 판 사이에 겹겹이 끼워진다.
정렬이 이 작업의 핵심 동작이다. 열두 대를 세 줄로 걸고, 열다섯 대를 다시 세 줄로 걸고, 스무 겹을 부채처럼 벌린다. 낱장으로 보면 비슷비슷한 화면들이 나란히 놓이는 순간 순서를 얻는다. 청색에서 주홍으로 옮겨 가는 그러데이션은 한 장에는 없고 겹쳐진 전체에만 있다.
반복되는 도형은 알이다. 둥근 형태 하나가 화면 한가운데에 놓이고, 배경의 밝기와 색만 바뀐다. 열다섯 번을 되풀이해도 지루해지지 않는 이유는 그 미묘한 차이가 격자 안에서 서로를 비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색상표의 형식을 빌린 원형 배열에서 이 방법은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결국 이 작업이 다루는 것은 앱이 아니라 앱을 이루는 낱장들이다. 한 장씩 넘겨 쓰던 것을 한꺼번에 펼쳐 놓았을 때 무엇이 보이는가. 스무 점을 지나고 나면 인터페이스가 시간의 순서가 아니라 공간의 배열로도 읽힌다는 사실이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