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창가, 그는 어깨가 드러난 무늬 상의를 입고 정면을 본다. 팔에는 흐린 문신이 있고 목에는 검은 끈에 매단 작은 펜던트가 걸렸다. 창밖에서 들어온 빛이 어깨와 쇄골 위를 지나가고 청록으로 칠해진 벽은 벗겨진 채다. 표정에 힘이 들어가 있지 않다. 정면을 향하면서도 무언가를 권하지 않는 이 태도가 그의 작업과 이어진다.
첫 번째 장면은 거친 돌판 위에 병 여섯 개를 늘어놓는다. 크기와 형태가 모두 다르다. 사각의 각진 것, 배가 부른 항아리형, 목이 짧은 것과 긴 것. 안에 담긴 액체는 호박색부터 짙은 적갈색, 옅은 초록까지 걸쳐 있다. 뚜껑은 모두 금색이고 라벨은 은빛으로 작게 붙었다. 병 사이사이에 조개껍데기와 씨앗이 몇 개 흩어졌다. 뒤로는 바위벽이 서 있고 오른쪽에서 대나무 줄기가 들어온다. 사선으로 든 오후의 햇빛이 유리를 통과하면서 병 안쪽 색을 한 번 더 진하게 만든다.
두 번째 장면은 같은 돌판을 쓰되 훨씬 밝다. 병은 네 개, 형태가 거의 통일되었고 뚜껑은 검은색이다. 액체는 노랑과 주홍 계열로 좁혀졌다. 앞쪽에는 잘린 레몬 조각 두 개가 놓이고 오른쪽에서 붉은 열매가 달린 가지가 들어온다. 벽에는 야자잎 그림자가 크게 드리웠다. 앞 장면이 어둡고 무거웠다면 여기서는 모든 것이 가볍고 시다. 병의 내용을 맡지 않고도 두 세트의 성격 차이가 읽힌다.
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향 대신 온도와 시간을 보여준다. 하나는 늦은 오후의 그늘이고 다른 하나는 한낮의 그늘이다. 이 두 화면 사이에서 냄새가 만들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