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뒤로 실이 걸린 틀이 서 있다. 색색의 실타래가 초점 밖에서 흐릿하게 늘어져 있고, 오른쪽에는 창이 있다. 그는 화려한 무늬의 상의를 입고 팔을 앞으로 모은 채 정면을 본다. 표정은 담담하다. 배경의 실과 앞에 선 사람의 옷이 같은 계열로 어우러져, 어디까지가 작업실이고 어디부터가 인물인지 경계가 흐려진다.
첫 번째 태피스트리는 크다. 나무 벽에 기대 세워졌고 앞에는 안락의자 두 개가 놓였다. 화면 안에는 열대의 강이 흐른다. 위쪽 좌우에서 주황으로 물든 야자잎이 아래를 향해 늘어지고, 가운데는 파란 물줄기가 화면 아래로 흘러 내려온다. 뒤로는 청보라 산맥과 흰 구름이 물러나 있다. 멀리서 보면 유화에 가깝다. 그런데 물결과 잎맥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실의 방향이 바뀌어, 표면 전체에 미세한 결이 생긴다. 붓질의 자리를 실이 대신하고 있다.
두 번째 작품은 프레임 자체가 재료로 만들어졌다. 술이 달린 두꺼운 직조 띠가 바깥을 두르고, 그 안에 금색 액자가 하나 더 들어간다. 액자 속에는 청록 바다와 야자수, 그리고 배 한 척이 있다. 여기서는 실이 아예 앞으로 솟아 있다. 야자잎은 한 가닥씩 떨어져 나와 화면 밖으로 나올 듯하고, 배의 지붕은 술처럼 늘어진 실 다발로 짜였다. 평면이라는 전제가 지켜지지 않는다.
첫 화면이 회화를 흉내 내다가 결에서 정체를 드러낸다면, 두 번째 화면은 처음부터 부조로 나선다. 두 방향 모두 같은 질문을 향한다. 실이 색을 대신할 수 있다면 그 실은 얼마나 두꺼워도 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