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소라는 창이 큰 사무 공간의 긴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올리브색 니트 차림에 한 손으로만 검은 폰을 쥐었고, 시선은 카메라 쪽으로 곧게 향한다. 책상 위에는 파란 블록과 회색 상자가 그려진 화면 시안이 인쇄된 채 펼쳐져 있다. 손에 쥔 것과 종이에 펼친 것이 같은 화면이라는 점, 그 사이를 오가는 자세가 이 작업의 출발점처럼 보인다.
스무 점에는 화면 하나를 크게 보여주는 장면이 거의 없다. 대신 화면이 모인다. 검은 판에 열여섯 대가 두 줄로 못 박히듯 걸리고, 원반 둘레를 따라 열두 대가 시계 눈금처럼 꽂히고, 흰 액자 안에서 여섯 대가 계단처럼 어긋나게 포개진다. 개수와 배열이 매번 바뀌는데, 바뀌지 않는 것은 기기를 하나의 단위로 다룬다는 태도다. 화면은 작품이 아니라 벽돌에 가깝다.
그 안에 담긴 그림은 대체로 부드럽다. 반원형 아치, 완만한 언덕, 공중에 뜬 구, 옅게 번지는 타원. 도형의 종류가 열 개를 넘지 않고 색도 회색과 크림, 남색, 복숭아빛 정도로 묶인다. 하나만 보면 심심하지만 열여섯 장이 나란히 걸리면 색의 미세한 차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정렬이 감상의 조건이 되는 셈이다.
반대 방향으로 가는 화면도 있다. 어두운 판 위에서 검은 기기들이 겹쳐 흩어진 한 점에서는 순서가 완전히 풀려 있고, 화면마다 흰 형상 하나씩만 떠 있어 어둠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볕이 대각선으로 떨어지는 선반 위에 네 대만 세워 둔 점에서는 실내의 시간이 화면 안 색과 맞물린다. 규칙을 세운 뒤에 그 규칙을 한두 번 흔드는 방식이다.
남는 것은 배열이 만드는 리듬이다. 같은 화면도 몇 대와 함께 놓이느냐에 따라 무게가 달라지고, 시선은 개별 그림 대신 간격을 따라간다. 이 작업은 앱 화면을 쓰는 대상이 아니라 세는 대상으로 되돌려 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