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안은 의자를 비스듬히 돌린 채 고개만 카메라 쪽으로 돌리고 있다. 베이지 리넨 셔츠는 헐렁하고 자세에는 힘이 들어가 있지 않다. 등 뒤 모니터 두 대에는 색색의 카드가 격자로 정렬된 화면이 떠 있고, 창가 식물의 초록이 왼쪽 가장자리에 조금 걸린다. 화면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데, 작업이 놓이는 거리도 그 정도다.
스무 점의 무대는 거의 동일하다. 회색 콘크리트나 무광 목재 상판, 그 위에 놓인 모니터와 노트북, 그리고 돌 하나 또는 도자기 화병 하나. 화면 안의 구성도 매번 같다. 상단을 크게 차지하는 이미지 한 장과 그 아래를 지나가는 얇은 썸네일 띠. 노트북 화면에는 같은 구성이 폭만 줄어 다시 나타난다. 두 기기가 나란히 놓인 이유는 분명하다. 이 화면은 한 번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두 번 성립해야 한다.
그 틀 안에 들어앉는 것은 매번 다르다. 해질녘 방파제, 검은 바탕에 겹쳐 접힌 은빛 천, 서로 얽힌 크림색 관, 형광빛 큐브의 배선도, 복숭아빛 언덕 위에 뜬 흰 타원체, 민트 한 겹으로만 칠한 무대. 사진에서 삼차원 조형으로, 다시 도해로 넘어가는데도 화면의 뼈대는 흔들리지 않는다. 소재가 바뀌어도 시선이 떨어지는 지점은 언제나 화면 위쪽 삼분의 이 지점이다.
색은 대체로 한 계열로 묶인다. 회색과 베이지가 바탕을 쥐고, 주황이나 청록은 손톱만 한 면적에서만 나타난다. 예외는 형광 큐브 한 점인데, 그 한 점이 있어서 나머지 열아홉 점의 조용함이 선택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결국 이 작업이 보여주는 것은 이미지가 아니라 그릇이다. 무엇을 담아도 무너지지 않는 틀을 먼저 만들고, 그 안에서 사진과 조형과 도표를 갈아 끼운다. 화면 옆에 놓인 거친 돌 하나는 그 매끈함에 대한 균형추처럼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