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 속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작업대 위를 들여다보고 있다. 손 앞으로 가는 축과 이음쇠가 늘어서 있고, 조명은 그 부품들 위에만 떨어진다. 검은 셔츠와 어두운 실내는 거의 구분되지 않는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이 자세가 이후 스무 점의 성격을 미리 알려 준다.
작업의 방법은 단순하다. 똑같은 부품을 수십 개 만들고, 그것을 조금씩 다른 위치에 놓는다. 검은 틀에서 내려온 줄 끝마다 황동 구슬이 달리고, 줄의 길이가 미세하게 달라지면서 구슬들이 완만한 곡선을 이룬다. 곡선을 그린 것이 아니라 조건이 곡선을 만들었다.
같은 방법이 규모를 바꿔 되풀이된다. 세로 축마다 원판을 끼운 벽에서는 거울면과 황동면과 검은 면이 각기 다른 각도로 돌아앉아 빛을 나눈다. 수백 개의 검은 구슬을 천장에서 내려뜨린 작업에서는 그 배열이 두 개의 봉우리가 된다. 옆에서 보면 능선이고 정면에서 보면 줄의 숲이다.
곡선의 성격도 일정하다. 팽팽하게 당긴 선이 아니라 저절로 늘어진 선이다. 기둥 하나에서 좌우로 늘어진 줄에 작은 추들이 매달린 작업이 이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 준다. 왼쪽은 촘촘하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성글어지는데, 그 간격을 손으로 정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 작업에서 이 냉정한 반복이 한 번 웃는다. 투명한 꽃잎이 여러 겹으로 벌어지고 안쪽에서 구릿빛 금속 잎이 드러나며, 아래를 정밀하게 깎인 기계가 받친다. 계산으로만 쌓아 올린 스무 점이 결국 한 송이의 형태로 닫힌다는 점이, 이 작업을 오래 보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