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 속 그는 책상 위 종이 모형들 사이에 앉아 있다. 붉은 지붕을 얹은 작은 건물과 푸른 산 모양의 오려 붙인 판이 손 앞에 펼쳐져 있고, 창에서 들어온 빛이 종이의 얇은 단면마다 그림자를 만든다. 검은 니트 차림에 시선은 카메라 쪽. 도구를 든 손이 아니라 완성된 모형 앞에 앉은 자세라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스무 점의 작업은 그 책상 위의 문법을 거리로 옮긴 것이다. 첫 장면부터 대놓고 그렇게 말한다. 흰 판 위에 종이로 오린 집들이 빽빽하게 서 있고, 그 뒤로 실제 고층 건물과 기와지붕이 겹친다. 모형과 도시가 한 화면 안에서 크기를 맞바꾸는 순간이다.
그다음부터는 종이의 동작이 재료를 바꿔 반복된다. 얇은 판 수십 겹을 나란히 세워 아치를 만들고, 미색 판을 어긋나게 겹쳐 덩어리를 세우고, 흰 표면을 안쪽으로 말아 소용돌이를 만든다. 접기, 겹치기, 말기. 도구가 커졌을 뿐 손이 하던 일은 같다.
빛을 다루는 자리도 일정하다. 구조의 안쪽에서 밖으로 새어 나오게 한다. 겹 사이에서 흘러나온 주황빛이 저녁 거리의 보라색 간판과 나란히 놓일 때, 이 구조물이 도시의 조명 환경 안에 얼마나 의식적으로 놓였는지가 드러난다.
흰색으로 시작한 스무 점은 뒤로 갈수록 색을 얻는다. 부푼 형태들이 벽 전체를 덮는 패널에서 색이 한꺼번에 터지고, 마지막의 붉은 껍질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입구에 앉아 안팎을 오간다. 잠깐 놓였다 사라질 구조라는 사실이, 그 앞에 모인 사람들 때문에 오히려 선명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