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 속 그는 색 견본이 빽빽하게 붙은 보드 앞에 서 있다. 어깨는 정면을 향하고 손은 자연스럽게 내려와 있으며, 표정에는 옅은 미소가 걸린다. 뒤편 보드의 조각들은 초점이 나가 색만 남았다. 인물과 배경이 같은 정도로 정돈돼 있다는 점이 이 사진의 성격이다.
스무 점의 작업은 예외 없이 위에서 내려다본 한 장의 사진이다. 상자와 카드, 색 견본과 작은 병이 상판 위에 놓이고, 그 배치는 거의 언제나 직각을 따른다. 무엇을 만들었는지보다 무엇과 무엇을 한 자리에 놓았는지가 화면의 내용이다.
반복이 이 작업의 문법이다. 원뿔 위에 구가 얹힌 형상 하나가 펼친 책과 카드 위에서 회색의 단계만 바꿔 가며 열 번 넘게 되풀이되는 화면이 대표적이다. 같은 도형을 크기와 밝기만 달리해 늘어놓는 동안, 개별 이미지였던 것이 규칙으로 바뀐다. 브랜드를 만든다는 일의 실질이 이 한 화면에 들어 있다.
색은 화면마다 하나의 축으로 묶인다. 붉은 곡면과 주황 봉투가 회색 사이에 놓인 화면, 남색과 청록만으로 짜인 화면, 검정이 완전히 빠지고 연한 청회색과 미색만 남은 화면. 정렬은 늘 같으므로 달라지는 것은 색의 선택뿐이고, 그래서 색이 실제보다 크게 작동한다.
재질도 조용히 일한다. 크라프트 종이와 원목, 매끈한 유리와 거친 판지가 한 화면에 섞이면서 평면인 사진에 두께가 생긴다. 낱장을 격자에 놓는 단순한 동작을 스무 번 되풀이한 끝에, 흩어져 있던 것들이 하나의 이름 아래 묶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