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정면을 보지 않는다. 시선은 화면 왼쪽 어딘가로 빠져 있고 입술은 무슨 말을 하려다 만 것처럼 살짝 열려 있다. 창에서 들어온 빛이 이마와 코와 쇄골에만 닿고 나머지는 어둠에 잠긴다. 꽃무늬가 흩어진 셔츠는 색이 바래 있다. 초상이 인물을 설명하려 들지 않고 빛이 닿은 면만 골라 보여주는 방식이, 그의 작업이 색을 다루는 방식과 겹친다.
첫 번째 패널의 중심에는 연꽃이 있다. 잎이 먼저다. 회청색 연잎 예닐곱 장이 방사형으로 벌어져 화면의 아래 절반을 채우고, 가장자리마다 얇은 금선이 한 줄씩 둘린다. 그 위에 꽃이 놓인다. 분홍에서 주황으로 넘어가는 꽃잎이 겹치고, 한가운데 노란 씨방이 알갱이 단위로 도드라진다. 왼쪽에는 아직 벌어지지 않은 봉오리 하나가 사선으로 서 있다. 전체를 구리빛 타원 하나가 감싸고, 네 귀퉁이에는 은빛 국화가 눌린 듯 낮게 새겨졌다. 화려한 중앙과 조용한 모서리가 서로를 눌러 준다.
두 번째 작품은 그 구조를 손톱만 한 면적으로 옮긴다. 검은 바탕 위 귀걸이 한 쌍. 위쪽은 꽃 모양, 아래쪽은 부채처럼 벌어진 드롭이다. 금선이 나눈 칸마다 청색과 자홍, 초록과 노랑이 유리처럼 굳어 빛을 되쏜다. 눈에 띄는 것은 좌우가 같지 않다는 점이다. 칸의 개수도, 색이 놓인 순서도 조금씩 다르다. 한 쌍인데 쌍둥이는 아니다.
큰 화면에서 조용하던 색이 작은 표면에서는 튀어 오른다. 면적이 줄어들수록 색이 강해진다는 것을 아는 손이다. 경계를 먼저 정하는 일이 색을 자유롭게 만든다는 사실도 두 작품이 함께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