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는 창을 왼쪽에 두고 앉아 정면을 본다. 뒤편 선반의 그릇들은 초점 밖에서 형체만 남았고, 작업복에는 흙이 배어 있을 법한 색이 깔려 있다. 도자기 작업실의 흔한 소품들은 전부 초점 밖으로 밀려나 있다. 표정을 따로 만들지 않은 얼굴이다.
항아리의 몸통은 위에서 아래로 색이 옮겨 간다. 어깨의 옅은 비취색이 배를 지나며 올리브빛으로 가라앉고, 그 위를 구릿빛 가지가 돋을새김으로 감아 돈다. 가지는 한쪽 끝에서 시작해 화면 밖으로 이어지므로, 눈은 자연히 항아리를 돌려 보고 싶어진다.
뚜껑은 나무다. 유약의 매끈함 옆에 마른 결을 놓아, 같은 기물 안에서 두 개의 표면이 부딪친다. 받침으로 쓴 나무판도 같은 역할을 한다. 완성된 기물 하나를 위해 다른 재료를 끌어들이는 방식이고, 도자기 혼자서는 만들 수 없는 대비를 옆에서 빌려 온다.
사발은 훨씬 조용하다. 얕은 그릇 하나가 회색 바닥에 놓였고, 바깥은 흙빛과 재빛이 얼룩진 반면 안쪽은 매끈하게 고인 유약이 빛을 받는다. 아가리 안쪽이 밖보다 밝아, 그릇이 비어 있다는 사실이 색으로 먼저 전달된다. 굽은 가늘어서, 무거워 보이는 표면을 선 하나가 들고 있는 형국이다.
두 점을 나란히 두면 색의 이동이 보인다. 하나는 푸른 쪽에서 초록으로, 하나는 갈색에서 회색으로 간다. 어느 쪽에서도 장식은 거의 없다. 색이 흘러가다 멈춘 자국이 장식을 대신한다. 손이 지나간 자리는 거의 지워졌고, 불이 지나간 자리만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