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 속 그는 흰 책상 앞에 앉아 펜을 쥐고 있다. 시선은 카메라를 비껴 화면 바깥 어딘가에 머물고, 뒤편 흰 벽에는 작업 중인 시안 몇 장이 붙어 있다. 검은 스웨터와 밝은 실내가 뚜렷하게 갈리는데 표정에는 힘이 들어가 있지 않다. 결정을 내리기 전의 정적에 가까운 사진이다.
스무 개의 화면에는 글자가 거의 없다. 대신 이미지 한 장이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안개 낀 수면 위의 둥근 부두, 접힌 채 서 있는 회색 판, 어둠 속에서 능선만 금빛으로 빛나는 산. 웹 페이지라기보다 물건 하나를 조심스럽게 놓아 둔 자리처럼 보인다.
그 물건들은 대개 실재하지 않는 형태다. 받침 위의 흰 구, 궤도에 둘러싸인 검은 구, 벽 앞에 세워진 아치. 쓸모를 짐작할 수 없는 도형들이지만 놓인 방식은 정확하다. 그림자의 방향이 일정하고 바닥과 벽이 늘 구분되며, 물체와 여백의 비율이 화면마다 비슷하게 유지된다. 정물화의 규칙을 화면에 옮겨 놓은 셈이다.
색의 폭은 좁다. 미색과 회색, 옅은 청록이 대부분이고 명도 차이만으로 층을 만든다. 예외가 둘 있다. 분홍과 청록의 타일이 떠 있는 남색 화면과 연둣빛이 감도는 아치의 화면이다. 좁게 유지된 나머지 열여덟 점 덕분에 이 두 화면의 색이 실제보다 크게 들린다.
스무 점을 이어 보면 웹 디자인이라는 말의 무게 중심이 옮겨 가 있다. 무엇을 어떻게 읽히게 할 것인가보다, 화면이라는 좁은 방에 무엇을 얼마나 놓을 것인가가 먼저다. 정보가 들어오기 전의 화면이 이미 하나의 장면으로 완결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