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복에 물감이 배어 있다. 한소희는 그 옷차림 그대로 정면을 보고, 뒤편에는 색이 강한 화폭들이 세워져 있다. 왼쪽 창에서 들어온 빛이 어깨를 따라 흐른다. 손이 화면에 없는데도 손을 쓰는 사람이라는 것이 옷에서 먼저 읽힌다.
한 점은 쪽빛 바탕 위에 잎 모양 천 조각을 겹쳐 붙인 화면이다. 노랑과 진홍, 청록이 파랑 안에서 서로 밀어내고, 금빛 실이 줄기가 되어 그 조각들을 가운데로 모은다. 잎의 방향은 제각각인데 줄기는 하나로 모여, 흩어짐과 모임이 한 화면에 같이 있다.
바느질 자국을 감추지 않았다. 천의 가장자리는 조금씩 들려 있고 실은 굵게 지나간다. 그래서 무늬보다 손의 순서가 먼저 읽힌다. 어느 조각이 먼저 놓였고 어느 것이 나중에 덮였는지가 그대로 보이는, 과정이 앞에 놓인 화면이다.
다른 한 점에서는 그 경계가 전부 사라진다. 주름 잡힌 비단이 화면 가득 사선으로 흐르고, 자주에서 산호, 금빛, 다시 청회색으로 색이 접힌 자리마다 바뀐다. 빛이 주름의 능선에만 닿아, 같은 색이 접힌 각도에 따라 두세 단계로 나뉜다. 이어 붙인 흔적이 없으니 색은 층이 아니라 이동이 된다.
두 점을 나란히 두면 같은 재료의 두 상태가 보인다. 조각으로 있을 때와 흐름으로 있을 때. 꿰맨 화면과 흐르는 화면 사이에서, 실이 사라지는 순간이 보인다. 어느 쪽이 더 완성에 가까운지는 정해져 있지 않고, 두 상태가 나란히 놓여 서로를 설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