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창을 등지고 팔을 앞에 모은 채 앉았다. 회색 티셔츠 위로 앞치마 끈이 한 줄 지나간다. 뒤편 선반에는 자재가 쌓였고 왼쪽 아래에는 연필과 도구가 꽂힌 통이 보인다. 창밖은 밝아 실루엣이 살짝 뜬다. 정돈되지 않은 작업실 한가운데에서 인물만 또렷하게 서 있는 이 구도가, 어수선한 배경 위에 물건을 세우는 그의 화면과 닮았다.
첫 번째 장면에는 상자 네 개가 있다. 왼쪽 둘은 크라프트 종이의 갈색이고 오른쪽 둘은 짙은 청록이다. 배경 벽에는 야자잎 그림자가 크게 드리워 화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오른쪽 위에서 실제 야자잎이 들어와 그 그림자의 출처를 알려 준다. 상자의 금박 라벨은 작고 낮게 붙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라벨이 아니라, 갈색과 청록이 만나는 지점에서 색의 온도가 바뀌는 순간이다. 따뜻한 쪽에서 차가운 쪽으로 넘어가는 그 자리에 시선이 머문다.
두 번째 장면은 배경을 비운다. 짙은 갈색 벽과 베이지 바닥뿐이다. 대신 상자 위에서 색이 폭발한다. 초록과 금색 잎이 그려진 큰 상자, 그 앞의 자주색 틴에 금색 리본, 오른쪽에는 노랑에서 보라로 넘어가는 그러데이션 상자. 세 물건의 높이가 계단처럼 낮아지고, 그림자가 그 계단을 왼쪽으로 눕힌다. 어두운 배경이 없었다면 이 색들은 서로를 잡아먹었을 것이다.
한쪽은 빛을 끌어들이고 다른 쪽은 빛을 걷어낸다. 상자 자체는 두 경우 모두 단순한 육면체다. 그가 실제로 설계하는 것은 그 육면체가 아니라 육면체를 둘러싼 공기의 밝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