챙이 넓은 천 모자가 얼굴에 그늘을 드리운다. 회색 셔츠는 헐렁하고 단추 하나가 풀려 있다. 카메라 앞쪽에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바구니의 골조가 놓여 화면 아래를 가로막고, 뒤편에는 손질한 등나무 다발이 천장에서 늘어져 있다. 그는 작업 중이던 손을 멈추고 고개만 들었다. 재료에 둘러싸인 사람의 자세가 그대로 나온 사진이다.
첫 번째 화면에는 빈 바구니 하나뿐이다. 낡은 나무 상판 위, 배경은 거의 검다. 몸통은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고 테두리는 굵은 줄기로 한 바퀴 감쌌다. 손잡이는 두 가닥을 꼬아 만든 아치인데, 양끝을 묶은 매듭이 손가락 마디처럼 도드라진다. 측면에서 들어온 빛이 가로로 짜인 결을 한 줄씩 훑고 지나가 몸통 전체가 미세한 줄무늬로 읽힌다. 아무것도 담기지 않아서 형태가 형태로만 보인다.
두 번째 화면에서 같은 바구니에 초록 풀이 가득 담긴다. 풀은 위로 곧게 뻗어 손잡이의 아치를 거의 채우고, 몇 가닥은 아치 밖으로 삐져나온다. 그중 대여섯 가닥은 붉게 물들었다. 초록 사이에 섞인 붉은 선이 시선을 위로 끌어올린다. 아까까지 그저 손잡이였던 곡선이 이제는 창틀처럼 작동한다. 안과 밖이 생기고, 풀이 밖으로 나가려는 방향이 읽힌다.
두 장면 사이에서 달라진 것은 내용물 하나뿐이다. 그런데 첫 화면의 바구니는 완성된 물건이고 두 번째 화면의 바구니는 진행 중인 사건처럼 보인다. 무엇을 담느냐가 그릇의 형태를 바꾸지는 않지만 그릇을 보는 방식은 바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