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대의 모니터가 왼쪽에 늘어서 있고, 인물은 그 앞에서 몸을 반쯤 돌렸다. 화면들은 밝은 작업 도구를 띄우고 있는데 정작 얼굴에는 창에서 온 낮 빛이 닿는다. 오른쪽 벽돌 벽에서는 작은 조명이 주황으로 번진다. 유이 스즈키의 초상에는 세 종류의 빛이 동시에 들어와 있고, 그 균형을 재는 표정이 남아 있다. 손은 여전히 키보드 위다.
정작 그가 만든 화면은 거의 다 어둡다. 검은 기기가 무광 회색 바닥에 눕혀져 있고, 화면 안쪽에서만 빛이 난다. 배경을 비워 놓았기 때문에 유일한 광원은 인터페이스 자신이다. 다크 모드를 취향이 아니라 조건으로 삼은 선택이다. 어두운 바탕 위에서는 아주 작은 채도도 신호가 되고, 그래서 아이콘 하나가 문장 한 줄보다 크게 말한다.
구조는 카드로 짜인다. 반투명한 흰 판이 서로 조금씩 어긋나게 겹치고, 그 아래로 배경 이미지가 흐릿하게 비친다. 유리를 여러 장 포갠 것 같은 이 방식은 정보의 층위를 그림자 없이 만들어낸다. 가까운 것은 더 희고 먼 것은 더 어둡다. 스무 점을 훑어도 이 규칙은 무너지지 않는다.
색은 두 계열을 오간다. 자홍에서 보라로 이어지는 차가운 쪽과, 주황에서 붉은색으로 가는 따뜻한 쪽. 둘은 한 화면에서 섞이지 않고 번갈아 나온다. 초록 식물 사진이 들어간 화면에서는 그 채도가 배경 전체를 끌고 가고, 남색 화면에서는 주황 버튼 하나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어느 쪽이든 밝은 지점은 언제나 하나뿐이다.
손에 쥐는 화면은 방의 조명과 경쟁하지 않는다. 이 연작은 그 사실을 인정하고 출발한다. 어둡게 두고, 필요한 곳만 켠다. 그러면 화면은 밝아지는 대신 또렷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