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하시 하야테의 초상에는 배경이 거의 없다. 검은 벽 앞에 얼굴만 크게 놓이고, 빛은 한쪽에서만 들어와 코와 뺨의 경계를 만든다. 시선은 정면을 향하고 표정은 웃음 직전에서 멈춰 있다. 작업실도 도구도 보이지 않는 이 사진이 알려 주는 것은 하나다. 여기서 볼 것은 표면이라는 사실이다.
스무 점은 모두 흰 좌대 위에 하나씩 놓였고 배경은 회색으로 균일하다. 조건이 같으니 차이는 형태 자체에서만 온다. 그리고 그 형태를 결정하는 것은 윤곽이 아니라 표면을 짜는 단위다. 금빛 띠를 나선으로 엮으면 속이 비치는 항아리가 되고, 미세한 사선을 곡면에 감으면 한 번 꼬인 흰 고리가 되고, 정육면체를 층층이 쌓으면 산호 가지가 된다.
그래서 겉과 속의 구분이 자주 무너진다. 엮은 항아리는 살 사이가 뚫려 안쪽 곡면이 그대로 보이고, 꼬인 고리는 어디가 바깥인지 짚을 수 없게 이어진다. 덩어리를 파내어 만든 것이 아니라 선과 면을 세워 부피를 감싼 결과다. 그림자가 얕게 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몇 점은 그 규칙을 반대로 쓴다. 옆얼굴이 한쪽으로 잡아당겨져 수평의 층으로 풀리는 두상에서는 표면이 형태를 만드는 대신 흩뜨리고, 반만 깎아 낸 검은 돌에서는 매끈한 다각면과 거친 자연면이 한 몸에서 맞붙는다. 이 두 점만 무게가 정직하게 실린다.
색은 대부분 흰색과 상아빛에서 멈춘다. 예외인 산호 한 점에서만 분홍과 청회색이 위아래로 갈라지는데, 그 색조차 쌓인 정육면체의 층을 세게 하는 쪽으로 쓰인다. 이 작업이 남기는 것은 매끄러움이 아니라 짜임이다. 가까이 갈수록 형태가 풀리고 단위가 드러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