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정면을 보고 있다. 머리는 헐겁게 묶여 몇 가닥이 얼굴 옆으로 내려왔고, 회색 카디건은 어깨선이 흘러내렸다. 뒤편은 초점을 잃어 색면으로만 남았다. 빛은 부드럽게 퍼져 얼굴에 그림자를 거의 만들지 않는다. 강조도 연출도 없는 사진이다. 재료를 오래 만지는 사람의 얼굴이 그 상태 그대로 놓였다.
첫 번째 작업은 벽돌 벽에 기대 세워진 큰 액자다. 안쪽에는 세계지도가 있다. 바다는 청록으로 칠해졌고 대륙은 주황과 노랑으로 도드라져 앞으로 나온다. 지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위쪽에는 색 바랜 종이 조각과 작은 액자들이 겹쳐 붙었고, 왼쪽 가장자리에는 화분 하나와 조약돌, 분홍 꽃이 매달렸다. 아래쪽 선반에는 상자와 도자기와 접시가 층층이 쌓였다. 지도가 배경이 되고 그 위에 물건들이 사는 구조다. 종이의 누런 기와 나무의 갈라진 결이 색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다.
두 번째 작업은 축척을 바꾼다. 산비탈에 층층이 들어선 도시가 종이로 지어졌다. 파랑, 노랑, 분홍의 건물들이 앞뒤로 겹치고 사이사이에 나무가 끼어든다. 창문 하나하나가 뚫려 있어 안쪽에 그늘이 생긴다. 하늘은 옅은 청록으로 비어 있고, 화면 네 변은 찢긴 종이가 그대로 노출된다. 액자가 화면을 감싸는 대신 화면의 일부처럼 부서져 있다.
한쪽은 세계 전체를, 다른 쪽은 언덕 하나를 다룬다. 그런데 손의 크기는 두 화면에서 같다. 조각을 자르고, 겹치고, 앞으로 밀어내는 동작이 대륙에도 창문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규모를 바꿔도 방법이 바뀌지 않을 때 화면에는 일관된 밀도가 생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