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린은 사무실 책상에서 몸을 돌려 카메라를 본다. 검은 재킷에 긴 머리를 그대로 늘어뜨렸고 표정은 담담하다. 왼쪽 모니터에는 색색의 썸네일이 격자로 늘어선 화면이 떠 있고 창에서 들어온 빛이 얼굴의 왼쪽만 밝힌다. 밝은 방과 어두운 옷, 그리고 색이 켜진 화면. 이 대비가 스무 점의 작업에서도 그대로 반복된다.
무대는 거의 고정되어 있다. 무광 회색 판 위에 폰이 한 대에서 서너 대까지 놓이고, 눕거나 비스듬히 서서 화면만 정면을 향한다. 소품도 배경도 거의 없다. 남는 것은 기기의 검정과 판의 회색, 그리고 화면 안의 빛뿐이다.
화면 안에서 밝은 것은 늘 하나다. 보라와 청록이 겹친 원형 궤도, 붉은색에서 보라로 넘어가는 동심원, 붉게 물든 숲 사진 한 장. 나머지 영역은 글줄과 카드로 채워지되 명도를 낮게 눌러 둔다. 그래서 색이 있는 자리가 조명처럼 작동하고, 시선은 늘 그 한 점에서 출발한다.
여러 대가 함께 놓일 때는 밝기 자체가 배열이 된다. 가운데가 가장 밝고 좌우로 갈수록 어두워지거나, 같은 구성의 화면을 어둡게 한 번 밝게 한 번 나란히 세운다. 폰 여러 대를 흩뿌린 뒤 한 대만 초점에 두고 나머지를 색 얼룩으로 흐린 한 점은 그 방식을 가장 멀리 밀어붙인다.
남는 것은 어둠을 다루는 감각이다. 다크 모드는 색을 아끼는 방식이 아니라 색을 더 크게 쓰는 방식이라는 사실을 이 화면들은 계속 증명한다. 검게 눌러 둔 면적이 넓을수록 남은 한 점이 세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