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서는 정면을 향해 앉아 있다. 검은 니트에 표정 변화가 거의 없고 어깨는 반듯하다. 뒤편 모니터 두 대에는 붉은 선이 오르내리는 차트가 켜져 있는데, 초점이 얕아 형태만 남고 숫자는 읽히지 않는다. 인물이 화면 앞을 정확히 가로막고 선 구도다. 볼 것은 뒤가 아니라 앞이라는 배치인데, 스무 점의 대시보드는 반대로 화면 안을 끝까지 보게 만든다.
작업들은 모두 칸이 많다. 넓은 모니터나 태블릿 하나에 패널이 예닐곱 개씩 붙고, 칸마다 다른 종류의 그래프가 들어간다. 점으로 찍은 세계 지도, 무지개색 막대 두 줄, 산맥처럼 솟았다 꺼지는 영역 차트, 원형 도표. 빈 칸은 거의 없다. 정보를 줄이는 대신 밀도를 그대로 두고 다른 방법을 쓴다.
그 방법이 명도다. 어두운 화면에서는 흰 카드 몇 장이 검은 가운데를 액자처럼 감싸고, 밝은 화면에서는 검은 패널 한 칸이 강조 표시처럼 박힌다. 색이 아니라 밝기가 구획을 나누는 셈이다. 어느 칸부터 볼지가 그 대비 하나로 정해진다.
색은 주황과 보라, 청록이 반복해서 돌아온다. 막대가 줄지어 설 때는 왼쪽 주황에서 오른쪽 보라로 넘어가고, 곡선이 지날 때는 주황 하나로 끝난다. 노란 벽 앞에 태블릿을 세우고 화면 안에도 같은 노랑을 깐 한 점만 이 규칙 바깥에 있는데, 옆에 놓인 꽃과 흰 잔 덕분에 업무 화면이 정물처럼 보인다.
남는 것은 순서에 대한 감각이다. 대시보드는 한눈에 들어오는 화면이 아니라 여러 번 시선이 옮겨 다녀야 하는 화면이다. 이 작업은 그 이동 경로를 밝기로 깔아 둔다. 무엇을 먼저 볼지 정해 주되, 나머지를 지우지는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