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 속 그는 창을 등지고 앉아 있다. 뒤편 산업용 창틀로 들어온 빛이 어깨선을 따라 흐르고, 짙은 회색 스웨트셔츠는 그 빛을 거의 되돌려 보내지 않는다. 자세는 이완돼 있는데 시선만 카메라 쪽에 고정돼 있다. 무언가를 설명하려는 얼굴이 아니라, 방금 고른 것을 다시 한번 보고 있는 얼굴이다.
상품 페이지 디자인이라는 분야명을 알고 이 스무 점을 보면 잠시 어긋난다. 화면이 한 장도 없기 때문이다. 대신 나무 각재로 짠 구조물, 색을 칸칸이 붙인 보드, 얇은 재료 판을 층층이 쌓아 만든 액자가 선반과 대리석 상판 위에 서 있다. 팔 물건을 보여 주는 대신 물건을 고르는 과정을 물건으로 만들었다.
반복되는 것은 배치의 문법이다. 사물은 늘 벽에 살짝 기대어 비스듬히 서고, 빛은 한쪽에서만 들어와 옆면과 그림자를 동시에 드러낸다. 곁에는 항아리나 돌, 책 몇 권이 놓인다. 이 조연들 덕분에 색표는 자료가 아니라 작품처럼 보이고, 재료 견본은 샘플이 아니라 조각처럼 보인다. 정보를 진열대에 올리면 정보의 성격이 바뀐다는 것을 이 배치가 조용히 증명한다.
색을 다루는 방식도 일관적이다. 서른여섯 칸의 색표는 아직 아무것도 고르지 않은 상태고, 검은 상자의 인쇄면은 그중 하나가 선택된 뒤의 상태다. 얽힌 띠로 만든 구에서는 색이 나열을 그만두고 부피를 얻는다. 순서를 바꿔 읽어도 무리가 없지만, 이 순서대로 보면 하나의 결정이 어떻게 형태로 굳는지가 보인다.
남는 것은 완성품의 이미지가 아니라 선택의 감각이다. 무엇을 팔 것인가보다 무엇을 고를 것인가가 먼저라는 사실을, 오후 빛이 드는 선반 하나가 스무 번 되풀이해 보여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