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아린은 헤드폰을 쓴 채 몸을 돌려 카메라를 본다. 짙은 니트에 머리가 흐트러져 있고 시선은 정면보다 조금 위를 향한다. 뒤편 모니터들은 초점 밖으로 크게 물러나 푸른 얼룩으로만 남는다. 소리와 화면이 동시에 켜져 있는 자리인데, 스무 점의 첫 화면들도 그렇게 여러 감각이 겹친 상태를 노린다.
작업은 모두 히어로 섹션 하나에 집중한다. 화면 위쪽 절반을 무언가가 크게 차지하고 아래로는 카드가 얌전히 붙는다. 그 위쪽에 놓이는 것은 언제나 움직이던 형태다. 한 번 크게 감기는 보라 띠, 화면을 비스듬히 가로지르는 물결, 가는 선에 여러 겹 감긴 금속 구, 사방으로 터지는 붉은 입자.
멈춘 이미지에서 움직임이 읽히는 것은 궤도를 남겨 두기 때문이다. 리본은 지나온 자리에 잔광을 흘리고, 구 둘레의 선은 회전의 흔적처럼 여러 겹 겹친다. 입자는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흐려지며 방향을 만든다. 형태 자체보다 형태가 지나간 자국이 화면을 끌고 간다.
빛은 화면 밖으로도 새어 나온다. 기기 아래 반사면에 같은 색이 번지고, 뒤편 실내 조명이 동그랗게 흐려져 화면 속 네온과 같은 성질을 갖는다. 화면이 방의 광원 노릇을 하는 셈이라, 촬영된 장면 전체가 한 화면의 연장처럼 보인다.
예외는 연분홍 꽃 한 송이가 반쯤 비치는 유리처럼 피어 있는 한 점이다. 여기서는 아무것도 회전하거나 터지지 않고, 가는 선으로만 남은 줄기가 조용히 서 있다. 그 조용함 덕분에 나머지 열아홉 점이 얼마나 빠른 화면이었는지가 뒤늦게 드러난다.







